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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끼가 배어 있는 것을 느끼고 혹시 자신이 당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가 다시 들리는 순진한 듯한 그녀의 음성에 의심을 풀었다.

"옷가지고 왔어요."

"…아, 그래. 그 위에 올려놔."

부스럭거리며 옷을 선반에 올리는 소리가 들리다가 어어하는 마렌의 목소리와 함께 뭔가 쿵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어찌나 크던지 욕실이 웅- 울렸다. 깜짝 놀라 밖으로 보니 마렌이 미끄러져 뒤로 넘어져 버린 것이다.

"괜찮으냐?"

서기명이 얼른 그녀를 부축해 주었다. 그와 동시에 욕실 문이 열리며 아르센이 달려왔다.

"무슨 일이…."

커다랗게 눈이 커진 아르센을 보며 서기명은 왜 그러냐는 듯이 물으려다가 상황을 보고 다급히 말했다.

"아, 아니야. 오해하지 말라고."

서기명의 급한 변명에 아르센은 별말 않고 마렌에게 다가갔다.

"이 덜렁이야."

아르센의 말에 마렌이 정신을 차린 듯 눈을 뜨더니 자신을 걱정스럽게 내려다 보는 두 남자를 보며 미안한 듯 말했다.

"선반에 옷 올려놓다가 미끄러졌어요."

"그럴 줄 알았다.

마렌은 자신의 몸을 가누며 서기명을 보며 어색한 듯 미소를 지었다.

"아저씨를 놀리려고 한 벌을 받았나 봐요."

그녀의 말에 서기명과 아르센은 잠시 멈칫했고 아르센이 그녀를 안아 욕실을 나갔다. 그들이 나가자 서기명은 욕실 문을 잠그고 욕조로 다시 들어갔다. 차가운 기운이 한바탕 욕실을 휘돌고 갔지만 다시 욕조에서 뜨거운 수증기가 올라와 욕실은 다시 따뜻해졌다.

참방- 손에 고인 물이 천천히 떨어져 물소리를 냈고 그것을 한참 보던 서기명이 중얼거렸다.

"아무래도…따로 나가 있어야겠군."

목욕을 다 한 뒤 머리에 수건을 뒤집어쓰고 나간 서기명은 거실에 앉아 있는 아르센을 보았다. 아르센은 토익이라고 써있는 영어책을 보고 있었다. 서기명은 그 책을 보더니 묻는다.

"너도 영어 공부해?"

"조국을 떠난지 너무 오래 되어서요. 어려운 문법은 저도 공부해야 해요."

서기명은 고개를 끄떡이며 힐끔 책을 들어다 봤지만 눈이 어지러워 오래 보질 못했다.

"마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