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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서 와 봤지."
서기명은 힐끔 자신들 쪽을 살피는 주치양을 드럼통 사이로 보며 말했다. 서기명과 주치양은 이미 알고 있는 사이였다. 마렌을 데리고 북경의 초대소에서 붙잡혔을 때 자신을 검으로 위협했던 대머리가 바로 주치양이었다.
주치양은 드럼통 사이에 숨어 있던 사격솜씨가 좋은 형사가 마음에 걸렸다. 게다가 목을 꿰뚫어버리긴 했지만 자신을 꺼림칙하게 만들었던 이현수가 드럼통 뒤로 숨어들었다.
그의 본능은 왠지 빨리 이곳을 벗어나라고 하고 있었고 그 역시 이곳에 오래 있고 싶지 않았다.
주치양은 얼른 선박에 올랐다. 그리고 한 명씩 한 명씩 선박에 오르고 있었고 대륭파의 차들도 부두를 벗어나고 있었다.
서기명은 빠른 속도로 혈관을 막았다. 너무도 빠른 솜씨라 이현수가 넋이 나갈 지경이었다.
목의 살점이 완전히 날아가버렸다. 서기명은 문동찬의 상태를 보며 인상을 구겼다. 회생불가능한 상태였고 급한대로 혈관을 막긴 했지만 오래되면 뇌로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손상을 일으킬 것이 분명했다.
서기명은 힐끔 이현수를 보았다.
이현수는 애원하는 눈빛으로 문동찬을 보며 말했다.
"넌 살 수 있어. 문 형사. 응? 넌 살수 있다고."
희미하게 문동찬이 눈을 떴고 이현수는 그가 눈을 뜬 것을 보며 환하게 미소를 지었지만 서기명이 도리어 침울하게 변했다.
몸의 기능이 완전히 끝나기 전, 최후로 생기를 도는 것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할 수 없군.'
서기명은 문동찬의 혼혈을 짚었다. 문동찬은 이현수에게 뭔가 말하려다가 이내 잠에 빠져들었다.
"무슨 짓이야?"
"시끄러! 살리고 싶으면 조용히 해."
서기명은 자신의 오른손을 천천히 문동찬의 목에 대고 천천히 내력을 끌어올렸다. 서기명의 손에서 천천히 내력이 모였고 천천히 문동찬의 몸으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 문동찬의 부서진 근육들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이현수는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서기명을 보았다.
서기명의 얼굴에는 어느새 굵은 땀방울이 가득했다. 그는 북체진기를 외부로 사용하는 것은 위급한 상황이 아니면 사용하지 않았다. 복체진기를 외부로 돌리는 것은 무척 위험하고 내력의 손상이 많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문동찬의 상태인 경우 총에 스치긴 했지만 오른쪽 옆목의 일부가 완전히 날아가 버리지 않았나?
모두 재생시키려고 하니 만약 그의 내공이 높은 경지에 도달하지 않았더라면 재생도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중요한 기관이 어느 정도 재생되자, 서기명은 내력을 천천히 줄였고 길게 숨을 내쉬며 숨을 고르며 문동찬의 상태를 살폈다. 다행히 문동찬은 안정이 된 듯한 숨소리로 쉬고 있었다.
피부까지 완벽하게 재생시킬 수 없었던 터지만 생명에 관련된 부위는 모두 재생되어 있었다.
"대체…어떻게…?"
"네가 북명신문의 제자가 아니었다면 아무리 위험해도 보여주지 않았을 것이야."
서기명의 말에 이현수는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설마! 그것도 북명신문의 기술이란 말입니까?"
자신도 모르게 존댓말이 나오는 이현수였다. 서기명은 힐끔 고개를 들어 천천히 떠나고 있는 중국의 선박을 보며 인상을 구겼다.
"저것들 잡아야 하잖아?"
"앗!"
그제야 정신을 차린 이현수가 빠르게 뛰어 나갔다. 이미 배로 도망친 중국측은 어쩔 수 없지만 안쪽으로 도망치는 대륭파는 잡아들여야 했다.
이현수가 빠르게 뛰어가는 것을 보며 서기명은 중국선박을 돌아보았다. 그는 멀어져가는 주치양과 눈이 마주쳤다.
부하들에게 뭐라고 명령을 외치던 주치양은 온몸이 섬뜩해지는 느낌에 휙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요란스럽게 뛰어다니는 사람들 사이로 한 사내가 여유롭게 서서 자신들 쪽을 쳐다보는 것이 보였다.
"헉? 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