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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부심이 대단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무식한 쿠샨과의 교전에서 8기의 킬 마크를 기록해
서 명실상부한 하이 엘리트임을 증명했지요. 그 것도 단 한번의 교전에서
이룬 성과랍니다.”

“오~”

이번에는 무관들도 찬탄이 벌어진다.
같은 국가 기사를 상대로 8기의 킬마크를 그려 넣었으면 운만 따르지 않음
을 밝히는 것이다.
다들 다시 한번 킬라를 눈에 담으려고 한다. 잠시간이지만 킬라도 우쭐해
졌다.

“저의 나라에 아이덴의 기사님과 같은 우수한 오너가 필요한데 빌려 주
실수는 없는 지요?”

둥글게 모인 대사들의 등 뒤에서 청아한 소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자연히 시선이 모아졌다.

“오! 루비안 여왕폐하.”

연회장의 입장을 알리는 시종들의 장중한 알림도 없이 갑작스러운 여왕의
등장에 다들 놀란다.
기습의 허를 즐기는 루비안이다.
좁쌀 진주로 얼굴을 가리고 작고 귀여운 왕관을 쓰고는 대사들의 인사를
받으며 곧 바로 환담에 들어간다.
능구렁이 외교관 모두 황송하다는 표정이 절로 나타난다.
자연히 대화의 중심으로 부각 되어지는 루비안.
여왕의 지위를 내새우지 않고 자연스레 스며들어 노친네들과 어울린다.

‘여우같은 것이 더욱 영악해 졌구나.’

여왕체면에 엿 듣기를 하다 교묘히 무마하는 루비안이다.
드디어 여러 사절과의 자연스러운 한담을 거쳐 아이덴의 사절과 인사를 나
누는 루비안이다.
킬라는 조마 했는데 별 눈치 없이 간단한 인사만으로 만남이 지나쳤다.
추악한 발굴 건으로 꿀밤도 먹이며 구박했는데 어엿한 통치자 티를 내자
내심 씁쓸한 킬라다.
자신에게 서신으로 사랑을 고백하는 소녀의 가녀린 모습은 찾을 수가 없었
다.
최근까지 받은 서신상의 내용은 누군가 장난친 게 아닌 가 의심스러운 킬
라. 루비안의 도도한 외면에 만세를 불러야 정상인 킬라지만 그냥 스쳐 지
나가자 왠지 허탈한 킬라다.
왜 편지에 답장을 안 하냐며 앙탈을 부릴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처럼 느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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