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친 새끼. 아주 눈이 뒤집혀서...." 김 대표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매사 제멋대로에 안하무인인 이우연이 최인섭 일이라면 이성을 잃고 날뛰는 장면은 몇 번을 봐도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았다.
이 바닥에 있으면서 숱하게 봐 온 게 남녀의 연애 놀음이었다. 예쁘고, 잘생기고, 끼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동네니 불꽃이 자주 튀는 게 당연 했다. 누군가의 표현에 의하면 발화점이 낮은 인간들이 양손에 라이터를 쥐고 무리 지어 다니는 꼴이었다. 불같이 이는 사랑도 발에 치일 만큼 흔 했다. 활활 타오르던 사랑은 또 놀랄 만큼 빠르게 꺼져 가기도 했다. 본인 도 결혼과 이혼이 각 세 번이니, 남 말 할 처지는 아니었다.
새하얗게 질린 얼굴을 하고 통제를 잃은 손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누가 본다면 최인섭이 아니라 이우연을 병원으로 데려가야 한다고 여길 만큼 가여운 꼬락서니였다. 시간이 지나면 저 염병천병도 좀 잦아들까 싶 었는데, 어째 갈수록 심해지는 거 같았다.
천하의 망종이 제대로 주인을 만났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 가끔, 아주 가끔은 짠한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었다. 이우연이 종종 동담처럼 던지던, 자신은 최인섭이 아니면 이제 콱 뒈진 목숨이라는 말을 더는 웃어넘길 수 가 없었다.
김 대표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엘리베이터를 탔다. 7층에서 내려 병 실로 걸어가면서 김 대표는 문득 이우연이 생방송 도중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김 대표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인섭이 입원한 일인실 문을 열어젖히자 마자, 그는 제 앞에 우뚝하니 놓인 커다란 등판을 향해 삿대질을 시작했 다.
"너 제정신이야? 생방송 도중에 뛰어나오면 어떡해. 내가 인섭이 괜찮 다고 보낸 메시지는 개똥으로.... 어?" 김 대표는 침대에 앉아 있는 인섭을 그제야 발견하고 눈을 치떴다.
"인섭아. 깼어? 정신이 좀 드냐?" [...누구세요?]
"엉? 쟤 왜 갑자기 영어야. 아임 유어.... 차 실장. 나 영어로 뭐라고 소 개해야 하지?"
김 대표가 차 실장을 돌아보며 물었다. 표정이 굳은 차 실장이 조용히 하라고 필사적으로 눈짓했다.
"왜? 네가 나보다 영어 잘한다고 뻐길 때는 언제고. 하하. 아임 핸섬 앤 리치 보스. 맞나? 이우연, 니가...."
이우연을 흘깃 쳐다본 김 대표는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이우연의 얼굴 이 아까보다 더 하얗게 질려 있었다. 아니, 새파랗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