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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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새끼. 아주 눈이 뒤집혀서...." 김 대표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매사 제멋대로에 안하무인인 이우연이 최인섭 일이라면 이성을 잃고 날뛰는 장면은 몇 번을 봐도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았다.

이 바닥에 있으면서 숱하게 봐 온 게 남녀의 연애 놀음이었다. 예쁘고, 잘생기고, 끼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동네니 불꽃이 자주 튀는 게 당연 했다. 누군가의 표현에 의하면 발화점이 낮은 인간들이 양손에 라이터를 쥐고 무리 지어 다니는 꼴이었다. 불같이 이는 사랑도 발에 치일 만큼 흔 했다. 활활 타오르던 사랑은 또 놀랄 만큼 빠르게 꺼져 가기도 했다. 본인 도 결혼과 이혼이 각 세 번이니, 남 말 할 처지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이우연은....

...대체 어떻게...된 겁니까.'

새하얗게 질린 얼굴을 하고 통제를 잃은 손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누가 본다면 최인섭이 아니라 이우연을 병원으로 데려가야 한다고 여길 만큼 가여운 꼬락서니였다. 시간이 지나면 저 염병천병도 좀 잦아들까 싶 었는데, 어째 갈수록 심해지는 거 같았다.

천하의 망종이 제대로 주인을 만났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 가끔, 아주 가끔은 짠한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었다. 이우연이 종종 동담처럼 던지던, 자신은 최인섭이 아니면 이제 콱 뒈진 목숨이라는 말을 더는 웃어넘길 수 가 없었다.

"저렇게까지 좋을 수 있나...."

김 대표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엘리베이터를 탔다. 7층에서 내려 병 실로 걸어가면서 김 대표는 문득 이우연이 생방송 도중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이 미친 새끼가 지금...."

김 대표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인섭이 입원한 일인실 문을 열어젖히자 마자, 그는 제 앞에 우뚝하니 놓인 커다란 등판을 향해 삿대질을 시작했 다.

"너 제정신이야? 생방송 도중에 뛰어나오면 어떡해. 내가 인섭이 괜찮 다고 보낸 메시지는 개똥으로.... 어?" 김 대표는 침대에 앉아 있는 인섭을 그제야 발견하고 눈을 치떴다.

"인섭아. 깼어? 정신이 좀 드냐?" [...누구세요?]

"엉? 쟤 왜 갑자기 영어야. 아임 유어.... 차 실장. 나 영어로 뭐라고 소 개해야 하지?"

김 대표가 차 실장을 돌아보며 물었다. 표정이 굳은 차 실장이 조용히 하라고 필사적으로 눈짓했다.

"왜? 네가 나보다 영어 잘한다고 뻐길 때는 언제고. 하하. 아임 핸섬 앤 리치 보스. 맞나? 이우연, 니가...."

이우연을 흘깃 쳐다본 김 대표는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이우연의 얼굴 이 아까보다 더 하얗게 질려 있었다. 아니, 새파랗게.

[누구세요? ...여기가 어디인가요?..저희 가족은 어디에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