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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었느냐?”

을추의 말에 의기선생은 고개를 떨구었고 서기명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의기선생이 쥐어짜는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잊지 않았습니다.”

고개를 끄떡거린 을추는 영문을 모르는 서기명을 돌아보며 말했다.

“내 널 구한 것은 검둥이가 널 데려와서였다. 내가 키우는 동물이 죽어가는 사람을
물어왔으니 주인인 내가 당연히 치료를 해주는 거였다.”

더욱 서기명은 혼란스러웠다.

“사증조님, 제 사형이란 자는 사문을 배반하고 스승을 배반하고 동문형제들을
죽음으로 몰았습니다.”

“배반? 누가 배반을 했단 말이냐?”

을추의 말에 의기선생은 아무 말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고 서기명은 더욱
당황스러운 빛이 떠올랐다.

“이미 사문의 사정은 알고 있었다. 공무헌이란 녀석이 당돌한 면이 있긴 하지만
그것은 본문의 내력이다. 그가 당초 계승자였으니 북명신문의 보물들을 가지는 것도
최강의 무공인 북명신공을 가지는 것도 당연한 것이 아니냐?”

“허나!”

“그 녀석에게 목숨을 잃었다는 것은 공무헌보다 약했다는 소리다! 이 의손이의
사형역시 문주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무헌에게 패배하여 목숨까지
잃었다는건 그만큼 약했다는 말이 된다. 자기가 키우던 제자에게조차 패배하는 스승은
북명신문에 남아있을 필요가 없지. 내 집에 있는 동안은 치료를 해준다. 허나
치료후에는 조용히 살던지 아니면 공무헌에게 가 개죽음을 당하던지 내 알바
아니다!”

을추의 말에 서기명은 이제야 을추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았다.

북명신문은 강함을 추구하는 문파다. 제자들 중 가장 강한 자가 계승자가 되며 최고의
검술을 계승받는다.

공무헌은 북명신문의 계승자로서 충분한 자격에 실력을 겸비했고 그에게 죽음을 당한
왕처우와 장유등 북명신문의 이들은 그들이 약해서 당한 것이니 자신과는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서기명이 이해를 했다고 생각한 을추가 말했다.

“북명신문의 무공은 언제나 최강이다. 네가 당한 것 역시 네가 약해서고 우연히 내가
목숨을 구해준 것뿐 네편을 뭣하러 들어주느냐? 난 오히려 강한 공무헌이 더 마음에
든다.”

을추는 의자의 등받이에 편안하게 기대어 팔짱을 끼었다. 서기명이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그…그럼…사증조님께선 저의 스승님이 무공을 잃고 저런 나무다리를 끼고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돌아가신 사조님과 사숙님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약하니까?”

서기명의 말에 을추는 바로 대답을 했다. 아무 거리낌없이 말이다.

“북명신공을 익히고도 약하다면 죽음은 운명이다. 너는 강해지기 위해 북명신공을
익히지 않았느냐! 강해지는 것은 북명신문의 숙명이다! 자신의 책임을 해내지도
못했으면서 우는 소리는 질색이다!”

머리를 조아리던 서기명의 상체는 어느새 들어져서 말했다.

“그 강함은 자신의 노력이 아니라 남의 것을 빼앗고 훔쳐서 얻은 것입니다!”

“그건 약자의 변명이다! 넌 공무헌에게 졌고 무공을 잃었다. 그래서 내게 어떻게
해달라는 소리더냐! 대신 복수해달라고? ……웃기지 마라! 본문에선 패배
하나만으로도 얼마든지 파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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